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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IT

달이 멀어지고 있다?

by honeypot 202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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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 from moon thumbnail
달은 지구로부터 45억년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달의 탈출

 

안녕하세요? 오늘은 매일 밤하늘에 떠있는 달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2022년 개봉 예정인 블록버스터 "문폴(Moon Fall)"이라는 영화에서는 달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온다고 하는데요, 사실 달은 오히려 지구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달은 우리 지구로부터 떨어져 도망가고 있다는 사실은 아주 명백합니다. 단지 아주 조금,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이긴 하지만요. 달이 아주 천천히 우리한테서 멀어지는 것을 막을 방법도 되돌리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중력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확고부동합니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하든 우리가 어떻게 느끼든 중력은 달을 점점 우리에게서 밀어낼 것입니다. 수백만 년의 기간에 걸쳐 달과 지구는 점점 더 멀어질 것입니다.

 

최근 중국에선 이 현상을 중추절(달이 추분점에 가장 가까워지는 날) 축제에서 재현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하는데요, 행사 중 거대한 달 모양의 풍선이 탈출하여 거리를 내달렸습니다. 이 재미있는 해프닝은 영상으로 캡처되었는데요, 영상에는 두 사람이 거리를 내달리는 거대한 달을 쫓아서 달려가고 있는 게 보입니다.

 

 

 

달은 이전에는 더 가까이 있었습니다.  달은 약 45억년 전 지구 주변을 떠도는 암석 잔해들이 모여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 그때는 달이 지금보다 지구에 10배 더 가까이 공전하고 있었습니다. 달의 형성에 기여한 그 잔해들은 지구와 다른 화성 크기의 미지의 물체와의 충돌에서 나온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습니다. 우주 오븐에서 막 꺼낸 그때의 달은 지금보다 더 뜨겁고 붉게 밤하늘에서 빛났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말하기로는 그때의 달은 일 년에 약 8인치(20센티미터) 정도의 비율로 지구에서 멀어졌다고 합니다.

 

우리 지구와 달은 언제나 이렇게 멀어지고 있습니다. 행성에 속한 달의 중력은 모 행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여전히 행성을 당기고 있으므로 모 행성의 표면이 달의 방향으로 약간 불룩 튀어나오게 됩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지구 같은 행성에서는 조수 간만의 차이로 그 영향이 나타납니다. 달이 우리의 해양을 끌어당기고, 그 해양은 다시 끌어오면서 달의 공전속도가 빨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만일 여러분이 지구를 도는 동안 속도를 높이게 되면, 여러분은 지구를 더 잘 빠져나갈 수 있고 더 멀리서 지구를 돌 수 있게 됩니다."라고 일본 우주 연구소 잭사(JAXA)의 행성학자 제임스 오도노휴(James O’Donoghue)는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달의 현상을 두고 "달의 탈출(lunar retreat)"라고 부릅니다. 마치 달이 스스로 도피행각을 즐기고 있는 듯한 재미있는 용어입니다. 

 

지구와 달의 거리 측정 방법

 

과학자들은 아폴로 우주인들이 달에 남기고 온 거울에 레이저를 쏘아서 이 달의 탈출 비율을 측정합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자료들과 함께 과거 달의 운동을 추산합니다. 달의 탈출 비율은 수년 동안 수시로 변동되었는데요, 그 최고점은 달 표면의 유성 충돌이나 지구의 빙하기 같은 특별한 사건과 일치합니다. 지속적인 달의 후퇴가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밀물과 썰물 정도가 아닙니다. 달을 우리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힘은 지구의 자전을 느려지게 하여 하루를 더 길게 만들기도 합니다. 달이 지구에 가까웠던 초기에는 지구가 더 빨리 회전했기 때문에 하루가 겨우 4시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달이 멀어지는 비율로 봤을 때, 지구의 하루를 2 밀리세컨드(200분의 1초)를 더 늘리는 데에는 거의 1세기 정도가 걸릴 것입니다. 

 

달이 이런 식으로 계속 멀어지는 것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문폴(Moon Fall)이라는 영화의 상황처럼 달이 지구를 들이받을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6억 년 후의 어느 날이 되면 인간의 가장 오래된 우주적 구경거리 중의 하나를 잃어버릴 정도로 달은 머리 달아나 있을 것입니다. 그 우주적 구경거리란 바로 개기일식입니다. 달은 태양의 빛을 더 이상 가릴 수 없고 그 그림자를 지구에 던질 수 없을 만큼 멀리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가 되어도 달은 여전히 지구에 얽매여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지구는 지금과는 아주 다른 모양 즉, 해양이 증발하기 시작하면서 훨씬 더 뜨거워진 버전의 지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수십억 년 뒤에는 달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태양의 궤도에서 탈선될 것입니다. 태양은 연료를 소진하고 팽창하면서 태양계 내부를 집어삼키는 장대한 별의 죽음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칩니다. 얼룩덜룩한 달의 표면을 보며 달에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친숙한 형상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그것을 보며 인간 형상이나 토끼의 실루엣 등 다양한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달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 1Q84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달은 지구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필시 이 지구에서 일어난 모든 현상과 사건들을 목격했을 것이다."

달은 여전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달은 지구에서 인간들이 일으키는 온갖 종류의 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보면, 꼬불꼬불하고 형형색색의 밴드를 가진 목성과 그 주위에 희미하게 빛나는 목성의 3개의 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눈에 띄는 고리를 가진 완벽한 공 모양의 토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달, 그레이터와 그 틈이 만든 그림자로 덮인 풍부한 질감을 가진 달의 표면은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멀어지는 경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등과의 그런 경험은 충분히 우리를 괴롭게 합니다. 달은 지구에게 오랫동안 '안녕'을 고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제 무심코 지나쳐 왔던 달을 한 번쯤 제대로 볼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달이 보내는 '안녕'에 화답해 보는 것은 어떻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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